고장 난 위성은 왜 나중에 치우면 안 될까

우주쓰레기 증가 원인부터 임무 종료 설계, 5년 처분 규칙, 국제 책임과 제거 비용의 공백까지 현재 제도를 분석합니다.

혼잡한 저궤도에서 고장 위성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정비 우주선의 세기말 SF 셀 애니메이션 장면
요약

고장 위성은 통제력을 잃은 뒤 치우기보다 발사 전에 처분 수단을 넣는 편이 안전합니다. 국제협약은 충돌 뒤 배상을 다루지만, 예방 제거비를 자동으로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저궤도 위성이 고장 나면 간단히 견인해 대기권으로 떨어뜨리면 될 것처럼 보인다. 현실은 반대다. 통신과 자세제어를 잃은 위성은 회전할 수 있고, 남은 연료와 배터리 상태도 알기 어렵다. 청소 우주선은 같은 궤도까지 이동해 부딪히지 않고 접근한 뒤, 움직이는 표적을 붙잡아 함께 궤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우주쓰레기(space debris) 문제의 첫 선택은 청소 기술이 아니다. 임무가 끝났을 때 위성이 스스로 궤도를 떠날 수 있게 만들고, 고장 나더라도 다른 우주선이 안전하게 접근할 단서를 남기는 설계다. 나중에 치우자는 결정은 비용과 위험을 미래의 모든 운영자에게 넘긴다.

여기서 우주쓰레기는 수명이 끝난 위성과 로켓 상단, 충돌·폭발로 떨어져 나온 파편처럼 궤도에 남아 있지만 더는 임무에 쓰이지 않는 인공 물체를 뜻한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같은 용어를 공식 자료에서 사용한다.

1cm 파편도 위성을 파괴할 수 있다

ESA의 2025 Space Environment Report는 추적 중인 궤도 물체를 약 4만 개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작동 중인 탑재체는 약 1만1천 개다. 추적망으로 모두 확인하기 어려운 1cm 이상 우주쓰레기는 120만 개가 넘고, 10cm 이상은 5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숫자가 많은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궤도 물체는 초속 수km로 움직인다. 작은 파편도 상대속도가 커지면 위성의 외벽과 태양전지판, 배관을 치명적으로 손상할 수 있다. 큰 위성이나 로켓 상단이 충돌하면 다시 많은 파편을 만들며 위험을 키운다.

ESA는 2024년에 큰 파편화 사건과 여러 작은 사건이 수천 개의 새 물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발사를 전부 멈춰도 파편화로 생기는 물체가 자연 재진입보다 많아 우주쓰레기가 계속 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예방과 이미 남은 고위험 물체를 줄이는 제거가 모두 필요한 이유다.

위성이 살아 있을 때 처분하는 편이 훨씬 쉽다

정상 작동 중인 위성은 추진기와 전력, 통신과 자세제어를 쓸 수 있다. 임무 종료를 앞두고 남은 연료로 고도를 낮추거나 보호 궤도로 이동할 수 있다. 폭발을 막는 잔존에너지 제거(passivation)도 이때 한다. 추진제와 압축유체를 비우고 배터리를 안전하게 방전해 임무가 끝난 뒤 내부 에너지가 파편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낮추는 절차다.

UN 우주공간평화이용위원회의 경감 지침은 이 원칙을 담고 있다. 저궤도에서 임무를 마친 우주선과 발사체 상단은 통제 재진입시키거나 장기간 남지 않는 궤도로 옮겨야 한다. 이 지침은 국제적 기준이지만 실제 허가와 집행은 각국 제도에 달려 있다.

미국 FCC는 고도 2,000km 아래 저궤도에서 임무를 끝내고 비통제 재진입 방식으로 처분하는 우주국에 임무 종료 뒤 가능한 빨리, 늦어도 5년 안에 처분을 마치도록 했다. 규칙은 2024년 9월 발효됐다. ESA도 2023년 자체 활동의 혼잡 궤도 이탈 기준을 5년으로 줄였다.

5년이 세계 모든 위성에 적용되는 단일법은 아니다. 미국 규칙은 주파수와 미국 시장 접근 허가를 통해 적용되고, ESA 기준은 자체 임무와 계약에 적용된다. 다만 규제기관이 25년 안에 언젠가 떨어질 것이라는 약속보다 짧고 확인 가능한 처분 계획을 요구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위성 제작 청정실에서 엔지니어들이 임무 종료용 추진계와 전개형 궤도이탈 장치를 점검하는 장면

발사 전에 임무 종료용 추진계와 궤도이탈 장치를 점검하는 상황을 재구성한 생성 이미지.

고장 뒤 청소는 별도의 우주 임무가 된다

통제력을 잃은 위성은 스스로 속도를 줄일 수 없다. 이때 다른 우주선이 접근해 포획하거나 궤도를 바꾸는 작업을 능동 제거(active debris removal)라고 한다. 표적의 회전과 형상을 추정하고 상대항법을 수행한 뒤, 로봇팔이나 포획 장치로 붙잡아야 한다. 표적이 애초에 포획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다면 난이도가 더 높다.

ESA의 ClearSpace-1은 준비되지 않은 비협조 표적을 포획해 재진입시키는 첫 임무를 목표로 한다. 현재 공식 계획은 95kg PROBA-1 위성을 대상으로 2029년에 발사하는 것이다. 기술이 유망하다는 사실과 상업 서비스가 이미 검증됐다는 주장은 다르다. 아직 반복 제거 실적도, 여러 고객이 계속 비용을 내는 시장도 없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6년 2월 청소 위성이 여러 개의 소형 궤도이탈 장치를 나눠 붙이는 개념을 지상에서 시연했다고 발표했다. 장치가 펼치는 25㎡ 태양돛은 태양광과 저궤도의 희박한 대기 저항을 이용한다. 하나의 청소 위성을 반복해서 쓸 수 있다는 구상이지만 기관 발표가 확인한 단계는 지상 시연이다. 실제 궤도에서 비협조 표적을 포획하고 안전하게 재진입시킨 기록은 아니다.

지구 저궤도에서 정비 우주선이 회전하는 고장 위성과 거리를 유지하며 랑데부하는 장면

비협조 표적에 접근해 포획 준비를 하는 능동 제거 임무를 재구성한 생성 이미지.

국제협약은 사고 뒤 배상을 다룬다

누가 비용을 내야 하는지 묻기 전에 두 비용을 나눠야 한다. 하나는 발사 전에 처분 장치를 넣고 연료를 남기는 예방 비용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고장 난 물체에 새 우주선을 보내는 제거 비용이다.

1972년 우주물체 손해배상책임협약은 우주물체가 지표면이나 비행 중 항공기에 낸 손해에 발사국의 무과실책임을 둔다. 우주 공간에서 다른 우주물체에 낸 손해는 발사국 또는 그 책임 아래 있는 사람의 과실이 있어야 한다. 청구도 피해국이 발사국을 상대로 진행한다.

이 협약은 충돌 뒤 손해배상 구조다. 위험한 위성이 아직 아무것도 들이받지 않았을 때 누가 먼저 제거해야 하는지, 민간 제거기업에 누가 대금을 낼지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소유 기업이 사라졌거나 한 물체에 여러 발사국이 얽힌 경우에는 더 복잡해진다. 다른 나라의 물체에 허가 없이 접근하는 것도 소유권과 관할권 문제를 낳는다.

따라서 오염자가 낸다는 원칙만 적어서는 부족하다. 어떤 행위에 얼마를 부과하고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지며 과거 물체에는 어떤 예외를 둘지 계약과 국내법으로 정해야 한다.

새 위성과 과거 물체의 계산법은 달라야 한다

새 위성에는 운영자 부담이 가장 직접적이다. 운영자가 설계와 임무를 선택하고 발사에서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규제기관은 임무 종료 연료, 잔존에너지 제거, 처분 성공 가능성, 추적 정보와 조기 고장 시나리오를 허가 조건으로 요구할 수 있다. 보험이나 재정보증을 붙이면 기업이 사라진 뒤의 비용도 일부 대비할 수 있다.

이미 수십 년째 떠도는 대형 물체는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당시 운영자가 없거나 국가기관이 소유한 경우가 많고, 지금 비용을 청구할 계약도 없다. 이런 물체는 충돌 가능성과 예상 파편 수, 질량과 궤도 교차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한 뒤 발사국의 동의를 받아 공공조달이나 다국간 기금으로 제거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대상 비용을 붙일 시점 우선 부담 주체
새 위성·발사체 설계·허가·보험 운영자와 발사사업자
정상 임무 종료 위성 종료 전 처분 현 운영자
최근 고장 위성 허가 당시 확보한 계약·보증 운영자, 보험자, 감독국가
오래된 고위험 물체 위험도 기반 공공 제거 발사국과 공동 편익을 얻는 국가들

이 표는 청소 비용을 모두 세금으로 내자거나 모든 책임을 민간 운영자에게 돌리자는 뜻이 아니다. 통제권과 설계 선택권이 있을 때 비용을 먼저 붙이고 이미 선택권을 잃은 과거 물체는 공동 위험 관리로 다루자는 것이다.

첫 제거 성공과 사업 성립은 다른 단계다

제거 산업을 볼 때는 기술과 시장을 한 문장에 넣지 말아야 한다.

단계 확인되는 것 아직 남은 질문
지상 시연 장치가 전개되고 포획 개념이 작동할 수 있음 궤도 접근과 안전한 재진입
첫 궤도 제거 특정 표적을 한 번 처리할 수 있음 반복 운영과 실패율
유료 계약 누군가 제거에 돈을 낼 의사가 있음 정부 실증 밖의 반복 수요
반복 서비스 여러 표적을 정해진 비용으로 제거 장기 수익성과 국제 표준

궤도 제거는 필요하지만 모든 물체를 하나씩 치우는 산업으로만 접근하면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다. 제거 임무 한 번을 성공시키는 동안 새 파편이 더 많이 생길 수도 있다. 사업의 첫 시장도 무작위 청소가 아니라 정부가 지정한 고위험 물체, 고장 위성의 사전 백업 계약, 제거하기 쉽게 설계된 위성의 임무 종료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장 위성을 나중에 치우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만이 아니다. 위성이 살아 있을 때는 운영자와 비용, 절차가 모두 정해져 있다. 고장 뒤에는 통제권, 정보, 지불자와 책임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우주쓰레기 정책은 청소선을 발사하는 장면보다 먼저, 그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발사 전 계약과 설계를 바꿔야 한다.

위성 운영과 서비스의 반복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뉴 스페이스는 무엇이 새로운가에서 이어서 볼 수 있다.

출처

핵심 정리
  • 새 위성의 처분 비용은 설계·허가·보험 단계에서 운영자에게 반영해야 합니다.
  • 잔존에너지 제거와 궤도이탈은 새 파편 생성을 줄이지만 과거의 고위험 물체까지 없애지는 못합니다.
  • 국제 책임협약은 사고 뒤 국가 간 배상을 다루며 충돌 전 청소비를 자동 배분하지 않습니다.
  • 제거 기술의 지상 시연, 첫 궤도 임무, 반복 유료 서비스와 수익성은 서로 다른 단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우주쓰레기는 누가 치워야 하나요?
새 위성은 운영자가 임무 종료 처분 비용을 설계와 허가 단계에서 부담하는 것이 직접적입니다. 오래된 고위험 물체는 소유권과 관할권 때문에 발사국의 동의를 받은 공공조달이나 다국간 비용 분담이 필요합니다.
국제협약이 우주쓰레기 제거비를 정해 주나요?
아닙니다. 손해배상책임협약은 사고가 난 뒤 발사국 사이의 배상을 다룹니다. 충돌 전에 위험 물체를 제거할 의무와 민간 제거 서비스의 대금은 별도 허가와 계약이 필요합니다.
5년 안에 위성을 없애야 한다는 세계 공통 규칙이 있나요?
세계 모든 위성에 똑같이 적용되는 단일법은 아닙니다. ESA는 자체 활동에 5년 기준을 두고, 미국 FCC는 특정 저궤도 우주국의 비통제 재진입 처분에 5년 규칙을 적용합니다.
출처
  1. ESA — Space Environment Report 2025
  2. United Nations — Space Debris Mitigation Guidelines of COPUOS
  3. United Nations — Convention on International Liability for Damage Caused by Space Objects
  4. U.S. Federal Register — Mitigation of Orbital Debris in the New Space Age
  5. ESA — ClearSpace-1
  6.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우주쓰레기 제거용 태양돛 기반 궤도이탈 장치 개발
  7. 우주항공청 — 천리안위성 1호 임무종료 및 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