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가 분열을 멈추면 치료가 된 걸까
세포주기 정지, 세포노화와 세포사멸을 나눠 항암제의 초기 효능 자료를 정확히 읽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세포가 분열을 멈춰도 살아 있다가 다시 자랄 수 있습니다. 치료 효과를 판단하려면 증식 정지와 세포사멸을 나누고, 약물을 없앤 뒤 재증식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항암제를 처리한 배양 접시에서 세포가 더는 늘지 않았다. 이 결과만 보면 약이 암세포를 없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포 수가 그대로라는 말과 세포가 죽었다는 말은 다르다. 살아 있는 세포가 잠시 분열을 멈췄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정지한 세포노화 상태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약물을 없앤 뒤 다시 자라는 세포가 남았을 가능성도 있다.
세포주기 정지(cell-cycle arrest)는 세포가 G1, S, G2, M기로 이어지는 분열 과정을 더 진행하지 않는 상태다. 세포사멸(cell death)은 세포가 생명 기능을 비가역적으로 잃는 과정이다. 세포노화(cellular senescence)는 스트레스를 받은 세포가 장기간 분열을 멈추면서 대사와 분비 상태까지 달라지는 현상이다. 세 상태는 겹치는 표지가 있지만 같은 결과는 아니다.
이 차이는 항암제의 초기 효능 자료를 읽을 때 중요하다. 세포 생존율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한 문장만으로는 실제 세포가 사라졌는지, 대조군보다 덜 늘어났는지 알 수 없다. 치료 효과를 판단하려면 세포 수, 세포주기, 사멸과 약물 제거 뒤 회복을 시간 순서대로 나눠 봐야 한다.
세포가 덜 늘어난 것과 실제로 줄어든 것은 다르다
배양세포 약효 실험은 흔히 약물을 처리한 뒤 남은 세포 수를 대조군과 비교한다. 대조군이 빠르게 늘고 약물 처리군이 그대로라면 상대값은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처리군의 세포가 죽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시작할 때 1,000개였던 세포가 대조군에서는 8,000개, 처리군에서는 1,200개가 됐다면 약물이 증식을 강하게 억제한 것은 맞다. 그래도 처리군의 절대 세포 수는 시작점보다 많다.
2016년 Hafner 연구팀은 기존의 IC50와 Emax가 실험 중 세포가 몇 번 분열했는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세포주마다 기본 분열 속도가 다르고 배양 조건과 측정 시간이 달라지면 같은 약물도 민감도가 달라 보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시작과 종료 시점의 세포 수를 함께 이용해 분열당 성장률 억제를 계산하는 GR 지표를 제안했다.
지표의 이름보다 기준점이 핵심이다. 종료 시점에 대조군보다 세포가 적다는 사실은 증식 억제를 보여준다. 시작 시점보다도 세포가 줄었을 때 비로소 세포 손실이 포함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때도 apoptosis인지 다른 세포사멸인지 알려면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시작 세포 수와 종료 세포 수를 함께 비교하는 실험을 재구성한 생성 이미지.
분열하지 않는 세포가 모두 죽은 것은 아니다
살아 있는 세포도 세포주기에서 잠시 빠질 수 있다. 영양분이나 성장 신호가 부족하거나 조직이 더 많은 세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세포는 G0로 불리는 휴지기에 들어간다. 조건이 바뀌면 다시 분열할 수 있다.
2013년 Spencer 연구팀은 살아 있는 세포에서 CDK2 활성을 추적했다. 유사분열을 마친 세포는 두 무리로 갈렸다. 일부는 CDK2 활성을 높이면서 다음 세포주기로 바로 들어갔다. 다른 세포는 CDK2 활성이 낮은 일시적 G0 유사 상태에 들어갔다. 이 선택에는 세포주기 억제 단백질 p21과 성장인자가 관여했다.
EdU는 새로 합성되는 DNA에 들어가고 Ki-67은 증식 중인 세포에서 주로 검출된다. 두 지표가 낮아지면 분열이 줄었다는 근거는 된다. 하지만 세포막이 온전한지, 대사 기능이 남았는지, 다시 세포주기에 들어올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낮은 증식 신호를 곧바로 세포 제거로 바꾸어 말하면 안 된다.
세포노화도 한 가지 표지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세포노화는 단순한 휴지기보다 오래가는 정지 상태다. DNA 손상, 항암제, 방사선과 종양유전자 신호가 세포노화를 일으킬 수 있다. 노화 세포는 분열하지 않지만 대사는 계속하며 주변 세포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분비할 수 있다.
모든 노화 세포에만 나타나는 표지자가 없어 문제다. 2021년 Kohli 연구팀은 같은 시료에서 여러 특징을 단계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리소좀 변화와 증식 정지, 일반적인 노화 관련 유전자 발현을 먼저 조합하고 염증성 분비 표지를 더해 노화 상태의 유형을 구분한다.
실험에서 자주 쓰는 SA-β-gal 양성, p16·p21 증가, Ki-67 감소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세포 종류와 노화를 일으킨 자극에 따라 표지 조합이 달라지고 다른 세포 상태에서도 일부 표지가 나타날 수 있다. 장기 증식 정지, 형태와 리소좀 변화, DNA 손상 반응과 분비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도 오래 멈췄다와 영원히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정지의 안정성은 약물을 없앤 뒤 충분히 오래 관찰해야 알 수 있다.
치료로 멈춘 암세포가 다시 자란 실험도 있다
2018년 Milanovic 연구팀은 생쥐의 B세포 림프종과 사람 혈액암 시료에서 항암치료로 유도된 세포노화를 조사했다. 연구팀이 유전적으로 노화 정지 상태를 해제하자 일부 세포는 다시 세포주기에 들어왔다. 이 세포들은 같은 항암제에 노출됐지만 노화를 거치지 않은 세포보다 집락을 더 잘 만들었고 생쥐에서 종양을 시작하는 능력도 높았다.
연구팀은 노화 과정에서 생긴 유전자 발현과 염색질 변화가 줄기세포성과 연결됐다고 해석했다. 치료 뒤 멈춰 있던 세포가 다시 자랄 때 더 공격적인 성질을 보일 수 있다는 기전적 사례다.
이 결과를 모든 암과 치료에 적용할 수는 없다. 실험적으로 정지를 풀 수 있게 만든 림프종과 백혈병 모델이 중심이었다. 실제 환자에서는 면역계가 노화 세포를 제거할 수 있고 종양 종류와 후속 치료도 다르다. 이 연구가 보여준 범위는 정지 상태만으로 최종 제거를 보장할 수 없다는 데까지다.

약물을 없앤 뒤 살아남은 세포의 장기 재증식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을 재구성한 생성 이미지.
세포사멸은 다른 측정으로 확인해야 한다
국제 세포사멸 명명위원회는 세포사멸을 형태, 생화학과 기능의 근거로 판정하고 단순히 함께 나타나는 표지와 사멸에 필요한 기전을 구분하라고 권고한다. Apoptosis, necroptosis, ferroptosis처럼 조절 방식이 다른 세포사멸은 하나의 검사로 모두 확인할 수 없다.
세포막의 투과성, phosphatidylserine 노출, caspase 활성, 미토콘드리아 변화와 세포 형태를 질문에 맞게 조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Annexin V 양성은 apoptosis를 살피는 데 유용하지만 이 결과 하나만으로 모든 세포가 비가역적으로 죽었다거나 다른 사멸 경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ATP 기반 생존율도 세포 수와 대사 상태에 함께 영향을 받는다.
약물을 없앤 뒤 다시 자랄 수 있는지는 집락형성시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처리한 세포를 씻어 새 배지에 옮긴 뒤 충분한 시간 동안 집락을 만드는지 보는 방식이다. 짧은 실험에서 분열하지 않던 세포가 장기적으로 증식 능력을 회복한다면 초기 정지를 지속 치료 효과로 해석할 수 없다.
치료 효과는 시간축을 따라 한 단계씩 확인해야 한다
| 측정 단계 | 확인할 값 | 알 수 있는 것 | 아직 알 수 없는 것 |
|---|---|---|---|
| 세포 수 | 시작·종료 세포 수, 대조군 분열 속도 | 증식 억제와 실제 세포 손실의 방향 | 사멸 방식과 장기 효과 |
| 세포주기 | EdU, DNA 함량, Ki-67, CDK 활성 | 어느 단계에서 분열이 멈췄는지 | 세포가 죽었는지, 정지가 영구적인지 |
| 사멸 | 막 무결성, Annexin V, caspase, 형태 | 살아 있는 세포와 특정 사멸 경로의 근거 | 약물을 없앤 뒤 재성장하는지 |
| 노화 | 지속적 정지와 리소좀·유전자·분비 표지 조합 | 세포노화 상태의 근거 | 모든 세포의 영구 정지 |
| 회복 | 약물 세척 뒤 장기 추적과 집락형성 | 남은 세포의 재증식 능력 | 동물과 환자의 지속 반응 |
배양세포에서 이 단계를 모두 통과해도 환자 치료 효과가 바로 증명되지는 않는다. 종양 안에서는 약물이 고르게 도달하지 않고 면역세포와 주변 조직이 결과를 바꾼다. 동물에서는 종양이 얼마나 오래 억제되는지와 독성을 봐야 하고 임상에서는 반응 지속기간과 무진행생존 같은 결과가 필요하다.
분열 정지는 실패가 아니다. 종양 성장을 멈추는 중요한 치료 반응일 수 있다. 다만 그 결과가 무엇을 증명하는지 정확히 제한해야 한다. 세포가 덜 늘어났는지, 실제로 죽었는지, 살아남아 다시 자랄 수 있는지를 차례로 확인해야 멈췄다를 치료됐다로 잘못 읽지 않는다.
세포가 같은 자극에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시간축은 세포 신호의 증폭과 종결에서 더 자세히 다뤘다.
출처
- Hafner et al., Growth rate inhibition metrics correct for confounders in measuring sensitivity to cancer drugs, Nature Methods, 2016
- Spencer et al., The proliferation-quiescence decision is controlled by a bifurcation in CDK2 activity at mitotic exit, Cell, 2013
- Milanovic et al., Senescence-associated reprogramming promotes cancer stemness, Nature, 2018
- Kohli et al., Algorithmic assessment of cellular senescence in experimental and clinical specimens, Nature Protocols, 2021
- Galluzzi et al., Molecular mechanisms of cell death: recommendations of the Nomenclature Committee on Cell Death 2018, Cell Death & Differentiation, 2018
- 대조군보다 덜 늘어난 것과 시작 시점보다 세포 수가 줄어든 것은 다른 결과입니다.
- 휴지기와 세포노화에 들어간 세포는 살아 있을 수 있어 낮은 증식 신호만으로 사멸을 판정할 수 없습니다.
- 세포노화는 SA-β-gal이나 p16·p21 같은 한 가지 표지가 아니라 여러 특징을 조합해 확인해야 합니다.
- 약물 제거 뒤 장기 추적과 집락형성시험이 남은 세포의 재증식 능력을 보여줍니다.
- 세포가 분열하지 않으면 죽은 것 아닌가요?
- 아닙니다. 살아 있는 세포도 일시적 휴지기나 장기간의 세포노화 상태에서 분열을 멈출 수 있습니다. 막 무결성, 사멸 표지와 약물 제거 뒤 재증식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 Ki-67이나 EdU가 줄면 무엇을 알 수 있나요?
- 세포의 증식 활동이 줄었다는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세포가 죽었는지, 정지가 비가역적인지까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 항암제의 세포사멸 효과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 시작·종료 세포 수와 함께 막 무결성, Annexin V, caspase, 형태를 질문에 맞게 조합합니다. 약물을 없앤 뒤 집락을 다시 만드는지도 장기간 확인해야 합니다.
- Hafner et al. — Growth rate inhibition metrics correct for confounders in measuring sensitivity to cancer drugs
- Spencer et al. — The proliferation-quiescence decision is controlled by a bifurcation in CDK2 activity at mitotic exit
- Milanovic et al. — Senescence-associated reprogramming promotes cancer stemness
- Kohli et al. — Algorithmic assessment of cellular senescence in experimental and clinical specimens
- Galluzzi et al. — Molecular mechanisms of cell death: recommendations of the Nomenclature Committee on Cell Death 2018